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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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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30. 07:25 카테고리 없음

위대한 서울, 천박한 정권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서울은 세계적·세계사적 도시
600년 역사와 첨단 미래 공존
집값 잡는다며 與 천도론 제기

거대국가들은 政·經·文 분산
日·英·佛은 수도경쟁력 집중
‘동북아 수도=서울’ 키워야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심 공원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이다. 뉴욕 맨해

튼의 상징인 센트럴파크(3.41㎢), 런던이 자랑하는 하이드파크(1.

46㎢)보다 훨씬 큰 한강시민공원(8.9㎢)이 한강의 남북에서 동서

로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산은 어디 있을까? 역시 서울이다.

1년에 865만 명이 오르는 북한산은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서울

은 천하제일 강산(江山)이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그리고 세계사적으로 특별한 도시다. 서울은

뉴욕·도쿄·베이징·멕시코시티 등과 함께 세계를 대표하는 메트로

폴리탄의 중심이다.

 

세계사에서 드물게 500년 이상 존속한 조선 왕조의 역사와 스토리

를 곳곳에 간직하면서, 한편으로는 모든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지하철에 무료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첨단 도시이기도 하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고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정치의 현장이자,

5G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미래 산업의 시험장이면서, BTS·블

랙핑크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팬들이 몰려드는 대중문화의 메

카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느닷없이 수도(首都)를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긴

다고 한다. 집값도 잡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루기 위해 개헌 불사

까지 외친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 제정 이후 9차례 개헌이 이뤄졌다. 그러나

수도는 628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천도(遷都)는 개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왕조나 체제가 뒤바뀌는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

브라질을 방문한 적이 있다. 코파카바나·이파네마 해변이 매력적

인 리우데자네이루와 경제 활력이 넘치는 상파울루는 인상적이

었지만, 수도 브라질리아는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

 

1956년부터 5년간 거대한 브라질 영토의 중간 지점에 건설한

브라질리아를 현지인들은 ‘과거가 없는 도시’라고 불렀는데,

사석에서는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천재 도시계획가 루시우 코스타가 기획하고, 유엔 빌딩을 설계한

오스카르 니에메예르가 건축을 맡았지만 도시, 특히 수도란 것이

계획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매력은 골목과 골목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브라질처럼 정치와 경제,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가 분리된 나라들

이 있다. 미국의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할리우드)가 대표적

이다. 중국의 베이징·상하이·선전도 각각 정치·경제·미래산업을

상징한다.

 

인도 역시 정치 수도인 뉴델리와 뭄바이·콜카타(옛 캘커타) 같은

경제 중심지가 분리돼 있다. 모두 영토가 대륙 규모로 큰 나라

들이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나라들은 수도의 기능이 집중돼

있다.

 

일본의 도쿄,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는 모두 정치·경제·문화

중심지를 겸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센강에서 유람선을 타면

노트르담 사원 같은 역사 유적을 본다고 했다.

 

센강도 좋지만, 파리 전체를 봐야 한다.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몰려

집값도 비싸고, 교통도 막히지만 천도 얘기는 없다. 오히려 도시

경쟁력을 더 키우는 데 관심을 쏟는다. 도쿄·런던도 마찬가지다.

수도는 때때로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공간이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던 시대가 있었고, 칭기즈칸 시절 카라코룸에는 전 세계 인

재와 정보가 몰렸다.

 

근대 이후 패권이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세계의 수도는 나폴레옹의

파리, 대영제국의 런던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워싱턴

으로 옮겨갔다.

21세기는 동북아 시대라고 한다. 중국 혼자 미국을 따라잡긴 어렵

지만, 한·중·일 3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이미 미국과 유

럽연합을 넘는다. 3국은 2011년 평화·번영을 목표로 서울에 협력

사무국을 설치했다.

 

사실상 서울이 동북아의 수도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미·북을

포함한 동북아 협력 시대가 열리면 우리는 G10을 넘어 G7·G5

까지 웅비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88올림픽 때부터 기원

했던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시대가 열린다.

수도 이전론은 위대한 도전을 앞둔 서울과 한국의 힘을 스스로

빼는 일이다. 천박한 것은 서울이 아니라 아파트값 내리자고

수도를 옮기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수준이다.

 

세계관은 편협하고, 역사관은 치우쳐 있으며, 정치력은 모자란다.

위헌 논란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을 떠날 수는 없다. 그러

나 할 수 있다면 여당의 중앙당부터 세종시로 옮겨가길 바란다.

 

비전 없이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을 내보내면 오히려 서울은 새

로운 차원의 도약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