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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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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1. 07:14 카테고리 없음

출산 후 일어나는 기억력 감퇴의 거룩함

 

 

윤대현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0.08.31 23:38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아이들에게 부모에 관한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지 조사한 연구가 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

주기를 원했을 거라 대부분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부모님이 덜 피곤

하고 덜 스트레스 받았으면 좋겠어요’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같이 안 놀아 주어도 좋으니 얼굴 좀 밝게 펴고 다니란 이야기인 셈인데,

고맙기도 하면서 왠지 마음이 쓸쓸하다. 삶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면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도 지친 얼굴을 보였을까 하고 말이다.

 

부모가 겪는 스트레스가 코로나 위기로 더 가중된 상황이다. 한 직장맘의

호소를 들어보면 출산 후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에 복귀했는데 기억력

저하 등으로 업무 효율이 이전보다 못해 속상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로 재택근무까지 하게 되니 업무와 양육에서 시공간이 분리

되지 않아 어려움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앞의 예처럼 엄마가 된 후 호소

하는 불편함 중 대표적인 것이 기억력 저하다.

 

이런 인지 기능 변화가 출산과 양육 스트레스 때문만이 아닌 모성 뇌(mom-

my brain)로 바뀌는 뇌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뇌 영상 연구에서 기억을 조절하는 해마란 뇌 영역에서 출

산 후 구조적 변화가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전화번호 같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정보는 흘려보내고 자녀

의 요구 같은 중요한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뇌의 자원에 재배치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특정 대상에 대한 공감 및 보살핌 능력은 향상

된다는 것이다. 아빠에게도 유사한 뇌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후대를 잘 키워 민족을 번영시킬 거룩한 변화가 부모의 뇌에서 일어나는

셈이다.

 

여성 한 명에게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 합계 출산율이 우리나

라는 한 명이 되지 않는 세계 최하위 국가다. 한민족이 소멸되는 상황인데

코로나 위기까지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산율을 떨어뜨릴 정도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여기에

기억력 저하 같은 현상을 모두 양육 스트레스로 인한 결핍으로 해석하면 스

트레스가 가중된다. 아이를 볼 때 나도 모르게 얼굴에 짜증과 피곤함이 드러

나기 쉬워진다.

 

결핍이 아닌 가치 있는 변화가 내게 일어났다고 해석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실제 양육 스트레스 관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임상 현장

에서 경험한다.

 

부모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부모와 주변인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