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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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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5. 06:53 카테고리 없음

‘기후 방화’ 산불       [횡설수설/송평인]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살 만한 행성을 찾아 성간(星間)여행을 떠나게 하는 것은

지구가 건조해져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사는 미국 중서부에는

모래바람이 끊임없이 분다. 창문을 틀어막아도 집 안 곳곳이 먼지투성이다.

 

식사에는 가뭄에 강한 구황작물인 옥수수로 만든 음식만이 올라온다. 밖에서는

가뭄으로 극성을 부리는 병충해를 막느라 옥수수 밭에 불을 지른다.

▷‘인터스텔라’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우려한, 극단적으로 건조한 기후의 전조

같은 것이 거세지는 산불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 등 서

부에서 올 7월 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산불은 우리나라의 20%에

해당하는 면적을 태우고 아직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9개월간 이어진 호주 남동부 산불은 최근 10년간 발생

한 전 세계 산불 중 최악이었다. 우리나라 면적의 63%를 태웠다.

▷극지방에서도 산불이 거세다. 지난해 7월에서 9월까지 발생한 시베리아 산불은

우리나라 면적의 30%를 태웠다. 올해도 러시아와 캐나다의 북극 가까운 지방에서

큰 산불이 이어졌다.

 

극지방의 산불은 한 해 전의 불씨가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 토탄 속에 겨우내 은신

하다 봄에 기온이 올라 축축하던 땅이 건조해지면 지면으로 올라와 부활하는 까닭

에 ‘좀비 화재’로 불린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이 더워지면서 좀비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열대지방부터 극지방까지 곳곳이 불타고 있을 것

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의 아마존이나 동남아 열대림에서는 팜유와 목

재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숲을 불태운다.

 

불은 숲이 품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함으로써 온난화를 재촉한다. 온난화

가 온대지방에서는 산불의 위력을 키우고 산불이 다시 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

이 이어진다. 극지방의 산불은 숲이 없는 벌판에서도 활활 타오르는데 땅의 토탄을

태우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산불의 불똥이 미국 대선에도 튀었다.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산불을 민주당 주지사들의 산림관리 책임으로 몰아가자 민주당 대선 후

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를 ‘기후 방화범(climate arsonist)’이라고 몰

아세웠다.

 

2007년 유엔 기후회의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치를

찍게 한 뒤 2050년까지 반 이하로 감축하는 긴급계획을 짰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

지도자들의 비협조로 올해 최고치를 찍는 목표는 오래전 물 건너갔다.

 

방치하다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을까 걱정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