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장터 갑질 [횡설수설/박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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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정보기술(IT) 분야 ‘폐쇄적 생태계’의 최초 고안자로 꼽힐
만하다. 2000년대 수억 대가 팔린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노래 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아이튠스’ 프로그램과 짝을 이뤄 생태계를 키웠고 ‘아이폰’ ‘아이패드’가 합류하면서 애
플만의 생태계가 완성됐다.
▷‘폐쇄적 생태계’는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2007년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 즉 ‘애플리케이션(앱)’의 시대를 연 애플은 이듬해에 앱을 사고팔 수 있는 ‘앱
스토어’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앱을 내려받을 때마다 애플이 30%를 떼어 갔지만 유일한
앱 장터라는 점 때문에 초기 개발자들의 불만은 크지 않았다.
▷애플에 맞서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내놓은 구글이 운영하는 앱 장터가 ‘구글
플레이’다. 수수료는 게임 앱의 경우 애플과 같은 30%, 나머지 디지털 콘텐츠는 10% 정도
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안드로이드폰을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한국에서 구글플레이
시장점유율은 70%나 된다.
작년 구글플레이 국내 결제금액만 6조 원에 육박했다. 나머지 시장은 애플 앱스토어와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만든 앱 장터 ‘원스토어’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어제 구글이 내년부터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모든 앱과 디지털 콘텐츠 결제
금액에 수수료 30%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국내 IT 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앞
으로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30%의 수수료를 내고 사야 한다. 수수료가 올라 이익이
줄어드는 업체들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공산이 크다.
▷애플과 구글은 거의 동시에 전 세계에서 수수료율 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총 쏘기 게
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미국 게임기업 에픽게임스는 지난달 벌레 먹은 사과 모양 머
리의 독재자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다.
자체 결제시스템을 통해 게임을 판매하려던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킨 애플
에 항의한 것이다. 구글까지 같은 조치를 취하자 에픽게임스는 두 업체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 애플의 행태를 IT 업체들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한국의 공정
거래위원회도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의 갑질에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장관은 최근 실리콘밸리 대형 IT 기업들을 ‘19세기 말 강도
귀족(Robber Baron) 시대에 철강 석유 철도 금융 등을 지배하던 (카네기, 록펠러 등)
몇몇 부자들’에 비유했다. 벤처 신화인 애플과 구글이 젊은 벤처에 갑질하는 공룡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