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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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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5. 06:54 카테고리 없음

백양사 七星殿

 

조선일보 입력 2020.10.05 03:00

 

고대인들이 생각할 때 북두칠성은 하늘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시계라고 여겼다.

그러므로 북두칠성은 시간의 신이다. 자신의 명이 짧다고 여기거나 수명을 연장

하고 싶은 사람은 칠성공을 드렸다. 조폭도 명이 짧은 직업에 해당하므로 칠성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칠성신앙으로 유명한 전각이 전남 백양사(白羊寺)의 칠성전(七星殿)이다. 각(閣)

보다 한 급 위의 건물에는 전(殿)자를 붙인다. 여기 칠성전이 영험하다.

 

1980년 5·18 때 군인들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하다가 풀려난 뒤에 머리 깎고 백양

사로 출가한 의연(60) 스님은 칠성전 부전(副殿)을 맡았다. 토속신앙을 하찮게 여

기던 그에게 어느 날 오른쪽 손목에 북두칠성 모양 붉은 반점이 7개 생겼다.

 

그 영험에 깜짝 놀란 의연은 까불지 않게 되었다. ‘함부로 생각할 게 아니구나!’

의연은 그 뒤로 칠성전에 가서 기도를 하면 원하던 일이 대부분 이루어지게 되

었다고 필자에게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칠성전 안에 모셔져 있는 일곱 칠성여래 상은 원래 백양사 운문암(雲門庵)

의 칠성전에 모셨던 성상(星象)들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상왕봉(象王峰) 아래의 해발 500m 지점에 자리 잡은 운문암은 호남을 대표하는

명당 수행터로 유명하다.

 

‘북쪽에는 금강산 마하연이요, 남쪽에는 백양사 운문암이다’라는 말이 전해진다.

고려 때 각진 국사 이래로 조선조 때 진묵 대사, 소요 태능, 용성, 학명, 만암, 금

타, 전강, 서옹, 청화 스님과 같은 도인들이 이곳에서 수도하고 한 소식이 있었다.

 

겨울에는 북서쪽의 구름이, 여름에는 남서쪽에서 오는 구름이 반드시 이곳을 지

난다고 해서 ‘구름의 문’이라는 운문암 이름이 붙었다. 멀리 무등산, 조계산, 광양

백운산의 바구리봉이 보인다. 주변 산들이 운문암을 향해 예를 올리는 군신봉조

(群臣奉朝)의 명당이다.

 

더군다나 암자 바닥은 암반이다. 기운이 쩔쩔 끓는 곳이다. 역대 운문암에 운집

했던 수많은 수행자를 먹여 살렸던 쌀과 돈은 운문암 뒤에 있었던 칠성전 불공

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영험했던 것이다.

 

영험하지 않으면 누가 시주를 하겠는가? 겨울에 운문암 선방에서 새벽 참선을

마치고 아침 6시쯤 하늘을 보면 북두칠성이 바로 머리 위에 떠 있다. 칠성의

손잡이 부분 일곱째 별이 파군성(破軍星)이다.

 

파군성이 곧바로 칠성전으로 떨어진다. 빨치산 토벌 때 불에 탄 운문암 칠성전을

다시 복원한다고 하니 그 영험이 어떨지 궁금하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