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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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 조직이 3류가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20년이 넘는 검사 생활 동안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펀드 사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사건 등 요즘처럼 노골적인 정치 편향 수사는 처음 본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3류가 된 가장 큰 이유로 정권 줄 세우기 인사를 첫손에 꼽았다.
얼마 전 한동훈 검사장은 부산, 경기도 용인에 이어 충북 진천으로 1년도 되
지 않아 3번째 좌천 인사를 당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한 검사장이 ‘조국 사태’ 당시 현 정권에 칼을 겨눈 뒤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한직을 떠도는 한 검사장의 근무 태도에 대해 법무부가 감찰까지 벌이고 있
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검찰만큼 체계화된 인사 평가 시스템을 갖춘 조직도 드물다. 검사장이
부하 검사를 평가하고, 후배 검사와 수사관들의 세평도 모은다.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동기끼리도 서로를 평가한다. 이런 다면 평가를 매년
두 번 실시한다.
20년 근무하면 인사 파일 40개가 쌓인다. 1등부터 적나라하게 등수가 매겨진
다. 기수별 10등 이내 검사 면면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역대 정권은
‘블루북’이라 불리는 이 인사 파일을 토대로 인사를 했다.
정권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대체로 “그 자리에 갈 만한 검사”라는 동료 선후
배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추 장관 이후 상당수 검사들은 “도대체 무슨 기준
으로 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봐도 깜냥이 안 되는 검사
들이 정권 편에 섰다는 이유 하나로 승승장구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상당수 검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나도 정권 눈에 들어 출세할 수 있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들의 롤모델은 ‘조국 무혐의’를 외치다 검찰 예
산과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한 검사,
추 장관 측근의 대검 형사부장, 추 장관 아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동부지검장,
대통령 대학 후배 중앙지검장이다. 모두 추 장관이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거나
요직에 배치한 검찰 ‘4대 천왕’이다.
검찰 내에선 이들을 “같은 검사로 보지 않는다”는 반목도 어느 때보다 격화되고
있다. 실력 있는 검사들은 대형 로펌으로 둥지를 옮기고, 경력 판사 모집에는
역대 최대 검사 지원자가 몰렸다.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조직은 3류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검찰에는 정권에 알
아서 기는 애완견 검사들만 넘쳐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유일한
성과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