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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6. 06:29 카테고리 없음

 

국가 간 신뢰 구축 강조하는 바이든식 외교 중국에 업혀 핵미사일 든 북한엔 예외일 것

 

신석호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

 

“제가 만약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면 암을 종식시키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10월 21일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 선 조 바이든 부통령은 제46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당 후보 경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돼 나온 2017년 작 자서전 ‘약속해 주세요, 아버지’에 따

르면 그의 출마 고민도, 불출마 결정도 모두 암으로 사망한 맏아들 보를 염두

에 둔 것이었다. 2015년 5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보는 아버지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길 바랐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출마를 준비하던 바이든은 10월 6일자 폴리티코가 ‘바이

든이 아들을 팔아 선거에서 이기려 한다’는 보도를 내보내자 출마를 포기한다.

자신보다 보의 명예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1988년과 2008년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사퇴했던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며 9회말 역전 홈런을 치는 형국이다. 그는 4일

오후 2시 반 기자회견을 열어 ‘끝까지 가겠다’고 선언한 뒤 바로 보의 묘소를

찾았다.

 

‘아들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게’라고 다짐했을 것이 분명하다. 5일 오전 위스

콘신에 이어 미시간까지 거머쥐면서 바이든이 드디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바이든과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의 싸움 이상이었다. 바

이든의 선전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마구잡이

식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가 있다.

 

자유주의 이념을 세계에 전파한다는 미국의 ‘글로벌 리버럴리즘’, 승자 독식의

자본주의가 패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미국식 세계화의 부활 신호다. 트럼프

식의 쫀쫀한 패권주의(stingy hegemony) 대신 큰 나라가 작은 동맹에 양보하는

후덕한 패권주의(benign hegemony)로 회귀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트럼프와 연애편지나 주고받으며 시간을 끌 요량이었던 김정은도 밤잠을 설치

고 5일 아침 일찍 대미정책 회의를 소집했을 것이다. 외무성 당국자가 원문을

번역해 보고했던 ‘약속해 주세요, 아버지’의 한 구절을 멋대로 해석하며 기대에

부풀 수도 있다.

 

바이든은 “나는 다른 국가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러면서 항상 다음과 같은 아버지의 조언을 따랐다”며 이렇게 소개했다. “다른

사람에게 그가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 말하지 말라.

 

열린 마음을 갖고 단도직입적으로 너 자신의 이득에 대해 말하고. 그리고 그의

입장이 되어 그가 바라는 것과 그의 한계를 이해하려고 애써라. 그리고 네가

생각하기에 그가 할 수 없는 것을 그에게 하라고 고집하지 말라. 그것이 바로

진심으로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다.”

 

김정은과 측근들의 눈에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트럼프처럼) 말하지 말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고 단도직입적으

로 말하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라.

 

확실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같이 북한이 할 수 없

는 것을 하라고 고집하지 말라. 그것이 북한과 신뢰관계를 쌓는 노력이다’라

고 읽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꿈 깨라. 그건 미국의 영향권하에 있는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수사일 뿐이다. 적대국 북한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하는 과정을 부통령으로 바로 곁에서 지켜본 바이든은 더 강경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

 

4년이건 8년이건 바이든이 퇴임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해보니 그것은 가능한 일이었다”고 회고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