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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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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1. 06:11 카테고리 없음

독선 국정에 망가진 美…남의 일 아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파괴자로 비판과
조롱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를 은근히 따라 하거나 따라 할 정치인이
세계 곳곳에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입으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행동으로 트럼프를 모방하며 민주주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트럼프가 2016년 당선될 때, 국정을 운영할 때, 또 선
거 패배 후에 어떤 행동을 했기에 각국에서 트럼프 모방꾼들이 나오는가.

 

우선, 트럼프는 4년 전 전략적 극단주의에 의존해 당선됐다. 내 편과 남을 확실
히 가르는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따라 남은 악마처럼 매도하고 제 편은 극단적
과장과 거짓말로 흥분시키고 동원하는 선거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그러한 전략이 미국 사회를 둘로 쪼개고 미국인의 마음을 공포와 증오로 채우며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점은 승리만 절대시하는 그의 안중에 없었다.
트럼프의 이러한 모습은 각국의 당선 지상주의 정치인들에게 모방하려는 동기를
제공했을 것이다.

근래 전략적 극단주의는 각국 선거에서 널리 확산되며 정치 양극화와 갈등의 교착
을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트럼프는 임기 중 행정부
일방주의 기조로 국정 운영을 망가뜨려 왔다. 그는 의회의 반대와 비판에 귀를 닫
고 자기 입장만이 절대 선이라는 독선적 자세로 일관했다.

의회를 우회해 여러 형태의 행정 입법으로 일방적 국정 운영을 밀어붙였다. 민주
주의의 핵심인 조화와 균형은 독불장군 대통령의 사전에 없었다. 이는 세계의 비
민주적 지도자들에게 ‘미국에서도 통하니 나도…’ 하는 생각을 품게 하는 좋은 핑
곗거리가 됐을 것이다.

오늘날 두드러지는 행정부의 비대화 및 독주 현상은 여러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트럼프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와 진영논리로 뭉쳐
행정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해당한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사법 소송으로 버티기에 나선 트럼프의 행태는 민주주의
파괴의 화룡점정이다. 선거의 의미조차 뭉개는 이런 막무가내 행동은 미국에선
물론 민주주의의 역사가 훨씬 짧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선거 결과를 각종 불법·억지·궤변으로 왜곡·강탈하는 온갖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앞날을 도모하려는 트럼프 모방꾼들이 있지 않을까? 선거와 국정 운영
이 생사의 ‘전쟁’으로 변하고 정치가 보복의 악순환에 빠질수록 불순한 모방꾼들
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도 심히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적 취약성을 트럼프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민주주의가
굳건히 제도화돼 소수의 정치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여겨졌던 미국마
저 한 명의 대통령에 의해 쑥대밭이 됐다.

민주주의가 아직 충분히 공고해지지 않은 우리나라는 더 취약하다. 만약 트럼프
모방꾼들이 우리나라에서 전략적 극단주의와 행정부 일방주의를 더 악화시킨다
면 언젠가 선거 불복이나 억지 강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의 뒷일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국내 정치권의 트럼프 모방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 경각심을 갖고 이성적 판단을 함으로써 전략적 극단주의,
행정부 일방주의, 선거 불복의 토양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