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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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빚 800兆, 급증도 質도 문제다
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재정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가부채가 단기간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651조8000억 원이었던 중앙정부 부
채가 2019년에는 699조 원으로 거의 700조 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연말까지는 아직 1개 분기가 더 남은 9월 말 기준 이미 800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9월에만 10조4000억 원, 올해 들어 지금까지 불과 9개월
만에 중앙정부 부채가 100조 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채무를 포함하고 있는 국가채무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앙정부
부채의 급속한 증가는 결국 우리의 국가부채 문제가 얼마나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연초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상상황에
서 불가피하게 편성한 3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이 어느 정도 국가부채를
늘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국가부채 증가는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국민경제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사
태 이전부터 중앙정부 부채 중에서 금융성 채무보다 조세 등 별도의 재원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그 결과 2018년 이후 관리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중앙정부
지출 중 복지지출 등 의무지출 비율이 빠르게 증가해 이미 재량지출의 비율을
넘어 그 추세를 계속 이어가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게 됐다.
국가부채를 악화시키는 관리재정수지의 개선을 위해 이제는 세출 조정이라는 방
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다. 따라서 세출과 세입 두 측면에서 해법을 찾
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개최된 재정학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이 부가가치세의
기본세율 인상, 면세부문의 과세 전환이라는 처방전을 내놓은 바 있다. 2050년
의 인구구조 변화를 염두에 둔 방안이지만,
지금처럼 계속되는 관리재정수지의 악화에 따른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는 재정수지의 악화를 개선
하고 국가부채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는 세 부담의 증대만으
론 안 된다.
최근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범위의 확대 방안을 놓고 벌이는 당정 간 갈등과
세 부담자들의 반발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형평성 있고 합당한 조세정책을 통해
세수를 늘리려는 노력 못지않게 재정지출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려는 정책이
절실하다.
일정 규모 이상 정부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우회하고
있는 정치성 짙은 사업들을 가능한 한 억제할 수 있는 엄격한 재정규율 마련이
시급하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규율할 수 있는 ‘재정준칙’을 조속히 시행해
야 하는 이유를 이번 재정동향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대의 위기를 비교적 잘 대처할 수 있는 것도 그동안 재정 건전
성과 국가부채 문제를 그런대로 잘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늘의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고 국가부채를 안정적인 범위 안
에서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또 다른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