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리한 尹징계 철회하고 사과해야
동아일보 2020-12-25 01:03
서울행정법원이 어제 정직 2개월의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 이
후 징계가 확정돼 직무에서 배제됐던 윤 총장은 어제 법원의 인용 결정
직후 8일 만에 총장직에 복귀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직 처분으로 발생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법무부 측이 주장한 공공복리 훼손에 대해서는 “중대한 영
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징계 절차와 관련해서는 “징계위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과정에 하
자가 있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이었던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에
관해서는 매우 부적절하나 추가 소명자료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본안재판
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윤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밀어붙여 정권에 부담이 되자 감찰권과 징계권을 동원해
총장을 무리하게 쫓아내려다 법원에서 두 차례나 제동이 걸린 것이 사안의
본질이다.
어제 법원의 결정은 가처분 소송에 대한 것이고 본안 소송에 대한 판결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심문 기일을 여는
등 사실상 징계처분취소를 청구한 본안 소송에 준해 집중 심리를 했다.
가처분 인용 결정문만으로도 법무부가 절차와 내용 면에서 무리하게 징계
를 강행해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무리한 징계 청구를 주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부당한 징계 과정에 연루된 법무부와
대검 간부들을 문책해야 한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정하게 고위층 비
리를 파헤칠 수 있도록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번 사태는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해서 검찰의 독립성을 흔든 법치 파괴 행위
로 헌정사에 기록될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법적인 징계권자는 추 장관이지만 징계처분을 최종적으로
재가한 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즉시 철회하고,
부당한 징계를 강행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법치 훼손과 혼란에 대해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