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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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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8. 06:53 카테고리 없음

중소기업·일자리 죽일 위헌적 악법

1 월 7 일 문화일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여당이 어떻게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킬 모양이다. 법안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구멍을 땜질한다고 바쁘다. 원안이 틀렸는데 땜질해 본

들 그게 그거다. 더는 산재 사망 사고가 없게 하려면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안(案)은 재해 현장에 직접 근무하지도 않는 사업주나 사업총괄

자 또는 안전관리담당이사, 원청업체의 대표자까지도 처벌 대상에 넣고, 형사

처벌의 수위를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헌법상 자기 책

임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다. 입법되는 순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

사업주나 사업총괄자 또는 안전관리담당이사 등이 지켜야 할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용역·도급·위탁의 경우 법률상 의무를

지는 자를 여러 명으로 규정하지만, 현장에선 누가, 어느 정도까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예컨대, 원청과 하청의 의무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 사고가 나면 원청·하청

간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결국, 사고 후 책임 소재를 가

려야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엿장수 맘대로’가 된다.

명확한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주의가 현대 형사법의 기본인데, 이 법률은 현대판

‘원님재판’을 만든다. 안전관리담당이사직에 임명되면 감옥 가라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모골이 송연할 것이다.

전국 사업체의 99.5%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이고, 중대재해의 85%가 50인 미

만의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사망 사고의 77.2%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

했다.(고용노동부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 이 법률로 처벌받는 사람이 대개

중소기업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임을 보여준다.

결국, 중대재해법은 중소기업을 타격한다. 눈만 뜨면 공정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외치는 여당이 하는 일이 이렇게 이율배반적이다. 중대재해법을 피하는 방법을

알면 이 법률안의 문제점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중소기업과는 아예 거래하지 말라. 근로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사고도

많고, 또 당분간은 사고가 나면 대기업만 처벌받는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

장은 공포 후 2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4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도록 돼

있어 이 기간에는 대기업이 덤터기를 쓴다는 말이다.

둘째, 뒤집어 말하면 대기업은 시설 좋은 대기업끼리만 거래하라는 말이다. 대기

업 카르텔을 형성해 사고를 원천 차단하고,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싸울 것 없이

공평하게 책임을 분담하라.

셋째, 사고를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강구하라. 대규모 아웃소싱으로 이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협력업체를 개발하고 적극 지원해 해외 거점을 확보하라.

넷째, 어쩔 수 없이 국내 중소기업과 거래해야 하는 경우에는 파트너인 영세사업

자의 공장자동화를 적극 지원해 근로자 없는 사업장이 되도록 만들라. 돈을 들여

무인 자동화 공장을 만드는 게 대기업 원청업체의 대표자가 1년 이상 징역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런 방안을 소개할 필요도 없다. 기업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결과는 안 봐도

훤하다. 일감 끊긴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는다. 고용이 두려워 채용도 않으니

일자리가 날아간다. 그리고 한 번 사라진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