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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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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8. 06:45 카테고리 없음

 

‘미르 기부’는 악행, ‘이익공유’는 선행인가

 

홍수용 산업2부장 legman@donga.com 2021-01-18 05:17

 

기업 목소리 외면한 ‘자발적 참여’

압박 다수가 느끼는 박탈감, 정치에 이용 말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코로나19로 이득 본 기업이 자발적으

로 참여하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언급한 지 이틀 만에 민주당이 태스

크포스(TF)를 만들었다.

 

2017년 7월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 카드를 갑자기 꺼낸 뒤 일사천리

로 세율을 높인 속도전을 떠올리게 한다.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고 사회주의자로 몰아세울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논의했다. 대기업이 협

력회사와 수입을 나누는 건 영국 롤스로이스사도 하고 있다. 이 대표 말

대로 기업과 거리를 두는 ‘팔길이 원칙’만 지킨다면 별문제 있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는 가진 자가 선의로 자기 몫을 조금 떼어주는 식이 아

니다. 제도를 설계한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현 정부 초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의 설명은 이랬다. 첫째, 고위험산업에서 대기업과 협력

사는 같은 밸류체인(가치사슬)으로 묶여 있다.

 

한배를 탄 협력업체는 일종의 기업 내부자인 만큼 성과급을 나누는 건 이상

할 게 없다. 둘째, 이익공유제는 기부가 아니다. 기부라고 하는 순간 사회공

헌활동이 된다. 자발적 기부보다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말한 사회연대세

나 부유세가 이익을 나누는 실질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코로나 같은 돌발적 일시적 변수로 기업이 수익을 냈어도 협력업체의

기여분은 인정돼야 한다. 기업이 밸류체인 안쪽에선 세금 형태로 이익을 의

무적으로 나누고, 밸류체인 바깥쪽에선 자발적 기부를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다고 손실이 났을 때 보상해주는 장치 같은 건 없다. 이 카드가 정치적으

로는 먹혀 사회가 두 쪽으로 갈렸다. 지금은 자신이 남들보다 가난하다고 느

끼는 사람이 다수인 불안한 시기다. 부동산 주식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격차

도 커지고 있다.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소외감, 박탈감은 더 넓게 퍼진다. 중산층 이상도 막연

하게 자산 상승기에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다. ‘사람은 왜 불평등이 심할수록

자멸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나’라는 연구를 한

 

키스 페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에 따르면 실제 재산 규모와 상관없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재분배 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니 현재의 편

가르기 국면서 유리한 쪽은 여당이다. 선거를 앞두고 뜬구름 잡는 이익공유제

가 툭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고, 돈 버는 부자는 따로 있다는 게 동학개미의 심리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먼 미래를 보기보다는 눈앞의 달콤한 유혹에 빠

지기 쉽다. 여권은 기업을 압박하며 만든 갈등구도를 4월 선거에 이용하려 할

수 있다.

 

이익공유제는 자발적 기부에 그치지 않고 사회연대세나 부유세로 확대될지

모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산권이 침해되고 성장동력이 약해질 거라며

펄펄 뛰지만 정부가 이런 목소리에 귀를 닫은 지 오래다.

 

기업들은 법인세 인상보다 더 고약한 것이 자발성을 가장한 기부라고 생각한

다. 도대체 왜 기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기부를 하지 않을 자유가

배제된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지난 정부에서 미르재단에 출연한 것과 현

정부에서 이익공유제에 따라 돈을 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기업인은 “돈을 걷는 쪽이 ‘나쁜 사람’이냐, ‘착한 사람’이냐의 차이 아니겠

느냐”고 했다.

 

현 정부는 착하게 걷어서 착하게 쓸 예정이니 지난 정부와는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미르재단을 생각해낸 사람도 자기들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