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배상금 딜레마 文정부 “108억 걷어차고 12억 내놓으라는 셈”
이정훈 동아일보 기자 2021-01-23 19:44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자존심 때문에 108억 원은 “가져가라”고 하고, 같은 사안으로 “12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본이 주겠다는 108억
원(10억 엔)을 걷어 찬 건 2018년, 12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건 2021년이다.
돈을 걷어찬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달라는 이는 사법부라는 차이만 있을
뿐, 이 주체 모두 한국 정부다. 문 대통령이 일본이 주겠다는 108억 원을 걷
어찬 사연은 이렇다. 자고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사이의 난제였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해왔지만, 전쟁 시 여
성을 성노예로 썼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본은 국민 성금을 걷
어 위안부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국민 성금이 아닌, 일본
정부의 사과와 돈만 받겠다며 108억 원을 거절했다.
이 투쟁에 앞장선 이는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이다. 이 일로
사회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까지 차지
했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은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서면으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위안부 관련 사과를 반복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10억
엔을 내놓는다는 합의를 한국과 했다. 그리고 한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
MIA)을 맺어 유대를 강화했다.
윤미향 의원이 이끌던 정의연은 이를 맹렬히 반대했지만 대세를 돌리진 못했다.
당시 우리 정부가 파악한 위안부 피해자는 246명(생존 47명, 타계 199명)이다.
위로금 수령 거부한 이들
양국은 이 돈을 화해와 치유재단을 만들어 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7년 취
임한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를 무력화하고자 재단 운영비부터 차단했다. 문재인
정부와 정의연의 계속된 합의 비난 탓인지 모든 피해자가 위로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생존자 가운데 26%(12명), 유가족 중에서는 68%(135명)가 위로금을 거절했다.
그러자 정의연은 국민 성금을 거둬 생존자 12명에게 위로금을 대신 건네자는 운
동을 펼쳤다. 이에 많은 이가 호응해 12명 중 8명에게 성금이 돌아갔다.
정의연은 8명에게 1억 원과 함께 여성인권상을 수여했다. 일부 수상자는 기부
형식으로 정의연 측에 받은 돈의 일부를 되돌려줬다. 현재 윤 의원은 준사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화해와 치유재단은 108억 원 중 재단 운영비 등으로 52억 원을 집행하고 나머
지 56억 원은 남긴 채 해산했다. 문재인 정부는 10억 엔(당시 환율로 103억 원)
을 마련한 뒤 일본에게 가져가라고 했다.
일본은 합의를 고수하겠다며 재단이 집행하고 남은 56억 원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103억 원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위안부 생존자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