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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6. 06:48 카테고리 없음

IMF는 ‘거버너 리’까지 알고 있었다

박용 동아일보 경제부장 2021-02-06 04:03

세계는 한국경제 작은 변화까지 주시 경제위기 백신 재정신뢰 잃지 않아야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을 만난 경제부처 관료들은 한국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그들을 보고 놀랐다. IMF 측 인사들은

확장 재정정책과 관련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

다는 걸 알고 있다” “거버너 리(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안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이 지사가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기획재정부를 비판한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

부 장관과 논쟁을 벌인 일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국제사회도 주시

한다. 재정당국에 호통을 치고 면박을 주는 건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

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다. 재정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일방적 주

장도 국제사회의 불신을 키운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주장하는 이 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가

부채라는 건 서류상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자들은 동의하기 힘든

얘기다. 국가부채가 많은 나라는 신용등급이 낮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돈

을 빌리기도 어렵다.

이자도 많이 물어야 한다. 기업이나 금융회사, 시민들의 먹고살 길이 달린

일을 서류상 존재하는 수치라고 폄하할 순 없다. 이 지사는 “국가부채를

늘리느냐 가계부채를 늘리느냐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돈을 안 쓰니 가계가 빚을 내야 한다’는 주장은 부동산과 주식시장

이 부풀어 오르고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빚투(빚내서 투자) 시대’

에 할 얘긴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상당수가 부동산 담보를 끼고 있고 자

산가들이 낸 빚이다.

정부가 빚을 내서 돈을 푼다고 해서 줄어들 빚이 아니다. 오히려 생계가 막

막해 빚을 내는 사람들을 두텁게 돕는 게 양극화를 막는 길이다. 위기가 터

지면 민간부채는 국가부채로 전이된다.

은행이나 기업이 쓰러지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민간부채를 인수해야

할 수도 있다. 재정이 허약한 국가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남유럽 국가들

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으로 돈을 풀더라도 뒷날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건

IMF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이다. 부채 비율이 선진

국보다 낮으니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여당 일각의 주장도 무책임하다.

적정한 국가부채 수준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안드레아스 바워 IMF 한국

미션단장은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간편하게 말할 수 있는 최적 부채 수준

은 없다”면서도 “한국의 부채 수준은 60%가 적절하다”고 했다.

위기가 닥치면 이것이야말로 장부상 수치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땐

지금보다 재정 상황이 훨씬 나았는데도 해외 투기세력의 공격에 시달렸다.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7.3%에서 3년 뒤 IMF가 권고한 60%에 육

박하는 58.3%까지 상승한다.

코로나19 재확산, 경기 회복 지연, 급격한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 믿음을 주는 탄탄한 국가재정이야말로 경제

위기를 막는 백신이다. 선거에 눈이 멀어 개방경제인 한국이 세계무대에

서 상대가 있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자신감이 지나쳐 IMF 등의 권고를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무시할 일도

아니다. 호통을 쳐서 기재부 공무원을 주눅 들게 하고 국내 여론을 움직일

순 있어도 해외 투자자들의 마음까지 돌릴 순 없다.

안타깝게도 위기의 순간 그들은 한국 정치인이 아니라 IMF와 국제신용

평가사 등의 조언을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박용 경제부장 parky@donga.com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