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30
년 지기 절친’이다. 송 시장이 출마하자 청와대가 나서서 더불어민주당 임
동호 전 최고위원에게 경선 출마를 포기하도록 했다.
당시 울산시장에 대해서는 경찰을 시켜 흠집 내기 수사를 진행시켰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에 기소됐으나 아직도 공판이 개시되지 않고 있다. 1년
이상 공판 개시가 미뤄지고 있는 선거개입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이 사건 공판 과정에서 김 부장판사는 검찰 측에 적대적인 자세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국)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므로’ 검찰 측 증인들이 출석
하기 전에 검찰과 만나서 사전 조율하는 걸 금지한다는 식이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들이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할 수 없게 막아 달라는 조
전 장관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판사들은 일반적으로 ‘한 법원에 3년,
한 재판부에 2년’ 동안 근무하는 게 원칙이다. 법관이 같은 지역에 계속
근무하면 토착 세력과 유착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의 연속성을 이유로 ‘법관 장기근무 제도’를 일부 도입하기로
했고, 올해부터 시행된다. 서울의 경우 남부와 북부 2곳이 대상이다. 그런
데 김 부장판사는 그 대상 법원도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3년을 근무하고도
이번에 다시 유임됐다.
선거 개입 사건, 감찰 무마 사건, 최강욱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 등 청와대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건들은 반드시 김 부장판사가 맡아야 하는가 보다.
그렇다고 정권 입장에서 중요한 사건을 맡았던 판사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는
건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징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던 홍순욱 부
장판사는 서울북부지법으로 전보됐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부장판사들 중 2인은 서울북부지법으로 옮겼다.
2년 또는 3년의 기간이 지나 자리를 옮겨야 하는 판사는 장기근무 제도에
따른 예외를 제외하곤 모두 원칙대로 근무지를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자
리를 지키고 있는 법관들의 공통점은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재판 진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김미리·윤종섭 부장판사가 그 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 진행을 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6년
이란 놀라운 기간을 넘기며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 부장판사는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도록 편파적인 재판 진행을 한다
는 의혹을 받는다. 청와대 편에 맞추는 코드 재판이다.
좌파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좌파 성향의 법관들이 청와대의 의중에
따른 재판을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스스로 보수 성향 정
부에 대해 비난하던 행동을 대놓고 한다. 과거 정부가 사법부를 제어하려
하지 않았다고 하긴 힘들다.
다만 차이점은, 부끄러운 줄은 알았다는 것이다. 지금 정권은 범죄를 저지
르고도 우리가 하는 건 범죄가 아니라고 우기려는 것 같다. 법관 순환근무
원칙 위반은 범죄도 아니니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법과 원
칙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마저 흔드는 무서운 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