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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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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8. 07:19 카테고리 없음

[기자의 시각] ‘폭로 시대’에 살아 남기

이영빈 조선일보 기자 입력 2021.03.18 03:00

최근 이정수라는 개그맨이 ‘층간 소음 가해자’로 지목당했다. 아래층

거주자가 올렸다는 글 때문이었다. 이정수는 수차례 해명 끝에 직접

사과하러 과일 바구니를 들고 아랫집을 찾았다. 그런데 집주인은 이

정수를 반갑게 맞으며 “내가 안 올렸다”고 했다.

알고 보니 폭로자는 이웃도 아니었고, 이정수와 일면식도 없었다. 그

폭로자는 “이정수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보니 층간 소음이 심

각해 보였다”는 글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최근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의 과거 ‘학교 폭력’ 폭로가 무서운 기

세로 온라인 세상을 들끓게 한다. ‘그날 맞았던 곳은 정말 아팠다’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같은 내용들이다.

폭로당한 유명인들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인다. 이런 폭로가

갖는 선(善) 효과는 약자를 괴롭힌 전력이 있는데도 부와 명예를 가진

이들이 늦게나마 반성할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무고(誣告)가 넘쳐난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어느 배우가 중학교 1학년 때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는

장면을 봤다는 등 폭력을 수시로 행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알고 보니 이미 과거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일이 ‘폭로 바람’을

타고 다시 등장한 것이다. 프로야구 A선수도 같은 반 친구를 청소함에

가두는 등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거짓 폭로를 당했다.

구단 조사 결과 A선수는 폭로자와 3개월 동안만 같은 반이었고, 오전

수업 외에는 야구부 연습에만 참여해 그 학생과 접촉할 시간이 없었다.

당시 담임 교사와 반 친구들도 “그런 적 없다”고 하자 폭로자는 인터넷

글을 삭제했다.

서두에 든 이정수 사례를 비롯해 ‘학폭 거짓 폭로’라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이런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폭로가 제시하는 증거라

고는 상대와 같은 초·중·고교를 나왔다는 졸업 사진 같은 간접증거뿐이다.

대중은 일방적 폭로를 보고 비난을 쏟아낸다. 그러다 거짓으로 밝혀지

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잠잠해진다. 폭로를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사안이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물론 증거가 빈약하다고 해서 모든 폭로를 거짓이라고 치부해서도 안

된다. 유명인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유일

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폭로 당사자들이 억울하다면 수고스럽더라도 단호한 법적 대응을 해서

사회적 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좁게는 무고 위협에 처한 선후배를

위해, 넓게는 폭로가 넘쳐나는 시대에 떳떳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다.

궁극적으로 폭로가 사실이라면 사과를 받고, 거짓이라면 처벌받는 사회

로 가야 한다. 대중은 성급하게 재단하지 말고 진위가 밝혀질 때까지 ‘판

단 기어’를 중립에 둔 채 지켜보면 될 일이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