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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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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2. 05:56 카테고리 없음

[단독]윤석열 퇴임 후 첫 외부일정은…‘101세 철학자’ 방문

동아일보 관석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1-03-22 04:24

金 “상식-정의 무너지면 사회 유지 안돼”… 尹 “새겨듣겠다”

尹 요청에 金 자택서 2시간 면담 金 “내편에서만 찾으면 인재 안나와…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중요” “尹 정치 지향점 보여준 만남” 관측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21.03.06 인천=뉴스1

“이대로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더 늦으면

바로잡을 수도 없다.”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

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찾아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61)

에게 ‘상식’과 ‘정의’를 많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4일 퇴임 후 칩거하다 첫 외부 일정으로 김 명예교수를 찾자

“현실 정치 참여를 앞둔 윤 전 총장의 구상과 의중이 처음으로 드러난 상

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김 교수 “인재, 전문가들과 함께하라” 조언

두 사람의 만남은 19일 오후 김 명예교수의 자택에서 2시간가량 이어

졌다. 이 만남은 윤 전 총장이 “찾아뵙겠다”고 먼저 연락하고 김 명예

교수가 흔쾌히 수락해 성사됐다.

윤 전 총장은 평소 김 명예교수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 등을 읽고 공

감하고, 김 명예교수를 존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90)와 김 명예교수 간 친분도 있어 양측 대화

는 안부와 건강에서 시작해 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과 인식으로 자연스

럽게 이어졌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시간 내서 또 와서 보자”고 했고, 윤 전 총장은 “말씀에

공감하고 깊이 새겨듣겠다. 꼭 또 찾아뵙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식’과 ‘정의’에 대해 “요즘

만큼 국민들이 상식적인 생각을 못 하는 때가 없었다.

이 정부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짐작이 안 되는 점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의는 정의고 불의는 불의

인데 ‘편 가르기’를 하면 잣대가 하나가 안 된다”며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가를 위해 판단하면 개혁이 되지만 정권을 위해 판단하면 개악이

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인재, 전문가들과 함께하

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흔히들 ‘야당에 인재가 없다’고 하는데,

인재는 야당에만 없는 것도 아니고 여당에도 없다”며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

이 있어야 한다. 울타리 안에서 내 편 안에서만 하면 인재가 안 나온다,

그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는 “애국심이 없이 정권만 욕심내는 건

안 된다”며 “나를 희생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그런 사람은 애국

심만 있으면 괜찮다”고도 했다.

○ “김 교수의 말씀은 평소 윤 전 총장의 생각” 1920년생인 김 명예

교수는 저서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인생 경륜을 전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저는 살 만한데 나라가 걱정”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언을 했다.

윤 전 총장 측의 한 지인은 “윤 전 총장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보

여주는 만남인 것 같다”며 “이 나라 ‘진짜 인재’들, ‘진짜 전문가’들과

함께 상식과 정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김 명예교수의 말씀은 평소 윤

전 총장이 생각해온 바 그대로”라고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4일 총장직을 던지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

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

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치인들 대신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김

명예교수에게서 조언을 들은 건 사실상 정치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100년을 넘게 살면서 시대정신을 강조해온 김 명예교수가 정계 진출

선언을 앞둔 윤 전 총장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명예

교수는 “내가 볼 때는 어디 가서 터놓고 얘기할 데가 없는데 오랜만에,

처음으로 교수님을 만나니까 시원하게 털어놓는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고도예 기자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