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왜 하죠’ 캠페인 막은 선관위, 與 소속인가
문화일보 사설 3 월 24 일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오거돈 두 사람의 성추행 범
죄로 인해 실시된다. 800억 원이 넘는 세금도 투입된다. 여당은 당헌
까지 바꿔 공천을 강행했다. 이런 문제들도 당연히 유권자들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여당은 한사코 감추려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그런다면 유권자
판단을 왜곡하는 또 다른 관권 개입이 된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은 23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성 평등 캠페인을 막았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단체는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를 정하고, 혹시나 싶어 문의했
더니 서울시선관위 측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물 설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0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이런 논리라면 박원순 성추행 피해 여성이 지난 17일 “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많이 묻혔다”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 여성부터 처벌해야 한
다. 실제로 여권에서 피해자를 고발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 평등’은 어느 후보도 반대하지 않는 구호이고, 이번 선거는 성 평등 경
각심을 높일 절호의 기회다. 성 평등 캠페인은 표현의 자유에도 속한다.
이런 것까지 막는 것은 유권자 판단 능력을 모독하고, 깜깜이 선거를 유
도하겠다는 발상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잖아도 선관위는 구성부터 여러 결정에 이르기까지 중립성을 의심 받
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골적인 가덕도 신공항 공약 띄우기용 이벤트에는
정상적 국정 수행이라며 면죄부를 주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낸 시민을 조사했다.
선관위가 ‘우리는 성 평등에 투표한다’는 대안까지 막은 것은 헌법 제116조
가 규정한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 보장’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 11주기를 맞아 26일 열리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유승민·하
태경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 참석을 불허했다.
선거 중립 핑계를 댔다. 진정으로 선거 중립을 원하면 야당 의원을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여당 의원의 참석을 독려하는 게 옳다. 선관위에서 국방부
까지 국가기관들이 노골적으로 여당에 유리한 결정을 남발하면서 여당
소속 기관처럼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