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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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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 10. 05:32 신문 칼럼 + 시사

[취재여록] 知性 사라진 졸업파티

이들은 '()세대'. 자정을 넘긴 9일 새벽 서울 청담동 모 클럽에서 열린 고려대 졸업파티. 화려한 조명과 첨단 LCD모니터로 장식된 세련된 파티장 내부로 들어서면 정장이나 드레스 차림의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이 귀를 울리는 댄스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각양각색의 칵테일 잔을 기울이는 이들은 분명 서구식 파티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지난해 서울대가 국내 최초로 이런 식의 졸업파티를 선보인 이후 올해에는 고려대가 대열에 동참했다. 교내에서 조촐하게 다과를 즐기는 형식에서 벗어나 고급 호텔이나 클럽에서 대규모 파티를 여는 것. 물론 학교의 공식 행사는 아니다. 파티플랜 동아리 등이 주최하는 일종의 학생자치 행사다.

이날 고려대 파티의 주제는 '베이비샤워'. 서양에서 임신 8개월께 임부를 위해 여는 파티를 학생들은 '진정한 사회인으로 재탄생 한다'는 취지에서 사용했다. 포커패 만들기, 경품 이벤트,댄스타임으로 이어진 파티는 새벽 4가 돼서야 끝났다. 주최측은 "건전한 '놀이문화'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우려는 적지않다. 무엇보다 명분이 분명치 않다. 이날 파티에선 한 행사요원이 탱크톱과 핫팬츠 위에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도대체 '졸업'의 의미나 '지성'을 찾기 힘들었다.

올해 이 학교 졸업예정자는 4500여명. 비단 졸업생만을 위한 파티는 아니었지만 약 300여명의 참석자들 중 상당수는 타학교 학생들인데다 그저 하룻밤 놀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잡코리아 현대증권 등 일부 기업이 현금지원 등 후원을 하고 나섰다. 바로 '대학 간판'이 훌륭한 홍보 및 광고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졸업파티가 모험적인 '문화 시도'인지, 아니면 학교 이름을 내건 '상업성 돈벌이'로 전락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파티가 연례화되고 점차 확산되는 상황에서 입장료(2~5만원)를 지불하고서라도 자신들의 젊음과 졸업을 자축하겠다는 신세대들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학생 고유의 창조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은 아쉬움은 왠지 숨기기 힘들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

기자의 ] 무늬만 신당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정치공학적 꼼수" "대선 승리만을 위한 기획탈당" "책임 회피를 위한 위장이혼" 주로 한나라당이 자신들을 겨냥해 하는 말이 그것이다. 탈당 의원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신당이든 원내 교섭단체든 비전과 정책으로 모일 "(천정배 의원), "민생 챙기기로 확실하게 (우리당과) 차별화 하겠다"(노웅래 의원) . 하지만 실제 이들이 밝힌 목표 정책 노선을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없다.

래서 기자들은 자주 묻는다. "도대체 우리당과 다른 점이 뭡니까." 이들은 모두 '중도개혁' 표방한다. 그리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참여정부와 우리당이 4년째 해온 말이다. 북핵

문제, 한미FTA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우리당과 탈당파 사이에는 별반 차이가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우리당과 다르다" 강변한다.

이들 가운데는 중도개혁보다는 보수에 어울리는 사람이 많다. "참여정부는 개혁만 하다 망했다" 했던 사람도 상당수다. 그래서 이들을 가리켜 "한나라당 2중대"(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라는 비아냥 나왔다. 어색하든 어떻든 중도개혁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것은 아마도 대선국면에서 표를 모으는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은 헷갈린다. 쌍둥이라면 옷이라도 다르게 입혀야 달라 보이는 법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당과 신당을 구분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차라리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당에 있으면 집권 비전이 없고, 한나라당에 가기는 께름칙해서 이러고 있다고 하는 편이 낫다. 그러면 솔직하다는 말은 들을 있을지 모른다.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여적] 하버드 교양필수

하버드대 도서관의 새벽 4-그들만의 철학 30가지라는 있다. 새벽 4 되었는데도 자리 거의 없는 도서관 열람실 사진과 함께 학생들에게 교훈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생각 서른 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가운데 가지는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전부도 아닌 공부 하나도 정복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일을 있겠는가’ ‘지금 순간 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눈이 감기는가? 그러면 미래를 향한 눈도 감긴다

마지막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글귀가 장식한다. ‘ 시간 공부하면 마누라(남편) 얼굴이 바뀐다.’ 이같은하버드대 공부벌레들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남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늘도 드리워져 있게 마련이다. 학생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가장 문제점으로 지나치게 자기 문제에만 매달린다는 점을 꼽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학생들보다 언제나 주목을 받으며 자란 탓이 크다고 한다. 여기에다 대학 당국과 교수들이 워낙 공부 분량을 많이 떠안기는 바람에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적은 것도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들 공부벌레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조짐이다.

대학당국이 새로운 교과과정 개편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사회와 가치 다루는 교양필수과목의 채택이다. 미국 중심의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주안점을 두었음은 물론이다. ‘세계의 사회’ ‘세계 속의 미국’ ‘문화와 신앙같은 과목이 다른 나라와 세계에 대한 이해 능력을 각별히 높이려는 것들이다.

다양성이야말로 이민자들로 이뤄진 미국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임에도 하버드대가 이제껏 이를 소홀히 해왔다는 점이 도리어 의아할 정도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여권을 가진 시민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세계 지리와 외국어에도 가장 무지하다는 오명을 달고 다닌다. 하버드대의 새로운 바람이 자기들만 아는 오만한 나라로 낙인 찍힌 미국에 작은 변화의 계기라도 될지 관심 거리다. 김학순 선임기자〉

[女談餘談] 이혼과 집값 /주현진 산업부 기자

지인인 그녀가 이혼을 했다. 고부(姑婦) 갈등으로 촉발된 부부 싸움이 주먹질로 이어지자 친정에서 이혼을 권했다고 전했다. 다른 그녀도 이혼을 했다. 남편이 상의없이 3개월이 멀다 하고 차를 수 차례 바꾸고 나중엔 아예 집을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그녀도 이혼했다. 남편이 사업한다고 빚만 지고 다니면서 임신한 아이까지 지우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이들이 이혼하러 법원에 갔을 때의 이야기가 더 가관이다. 판사가왜 이혼을 하느냐.”고 물어오자 이들의 상대 배우자들은 하나 같이성격 차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혼 통계를 봐도성격 차이에 따른 이혼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 2005년 기준 하루 평균 352쌍이 이혼하는데, 이혼 사유 중성격 차이’(49.2%)가 경제 문제 (14.9%), 가족 불화(9.5%), 배우자 부정(7.6%), 정신적·육체적 학대(4.4%) 등 다른 사유들을 압도 했다.

그러나웬만하면 참고 살자.’는 우리나라 정서상 성격 차이로 이혼까지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서는성격 차이만한 명답도 없다.‘억울한 사연을 세세히 늘어놓기도 구차 하고, 세상에 성격 차이가 나지 않는 부부가 없는 만큼성격 차이란 답이 거짓말도 아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가 성격 차이라고 말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판사에게 이혼 사유를성격 차이라고 답변하는 귀책 배우자를 보면서 당사자들은 한 번 더 뒤통수가 얼얼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을 두고 정부가 하는 말을 보면 그 귀책(歸責) 배우자의 변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년 특별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을 언론에 돌렸고, 최근에는 이 정권이 발탁했던 몇몇 정책 입안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의 글도 내놓았기 때문이다.

남의 부부가 이혼한 사유에 대해성격 차이라는 대답을 들어도 제3자가 뭐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집값 정책은 실패한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해결할 수 없다. 성격 차이식의 책임전가형 답변이 폭등한 집값으로 고통받는 서민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마당김상길] ‘거위의

'밤이면 밤마다'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부른 인기 가수 인순이씨가 올해로 가수 활동 30년째를 맞았다. 복음성가집을 비롯해 지금까지 인순이씨가 불러 발매된 음반이 무려 16장이다. 어느새 그녀의 나이 50.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여러 계층의 팬들로부터 폭넓게 사랑받는 스타다.

최근에는 카니발이 불렀던 '거위의 꿈'을 리메이크해 불러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함께 꿈을 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거위의 꿈'은 이적 작사,김동률 작곡이다. 애절한 사랑과 이별이 주류를 이루는 대중가요(요즘 신세대 가수들의 노래도 마찬가지지만)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거위의 꿈'은 꺾이지 않는 희망과 의지,삶의 깊이와 예찬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노래다. 최근에는 대선 예비주자의 홍보에 이용되고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난,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
."



거위는 헤엄을 잘 치지만 멀리 날 수 없는 새다. 그런 거위의 눈에 푸른 하늘을 향해 멀리 나는 꿈이 담겨 있다는 것이 이 노래의 희망적인 메시지다. 이 노래엔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당당한 의지가 담겨 있다
.



1970년대에 피터 빌혼이라는 미국의 복음성가 가수가 있었다. 빌혼은 어느날 교도소 위로공연에서 '날개가 상한 새는 날 수 없네'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공연 후 한 수감자가 그에게 다가와 "날개가 없는 새는 영원히 날 수 없는겁니까? 정말 그런가요?"하고 애절하게 말했다
.



그 수감자에게서 들은 말은 며칠 동안 빌혼의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결국 그는 '날개가 없는 새라도 다시 날 수 있다'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가사는 대충 이렇다
.



"
주님께 맡기면 실패한 과거도 새롭게 됩니다/ 주님의 사랑에 그대를 맡기세요/ 그대의 날개는 다시 새로워지고/ 높이 높이 푸른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날개가 상한 새한테도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 누구나 거위의 꿈을 꿀 수 있다. 김상길 논설위원 skkim@kmib.co.kr

[세계타워]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든다더니

#1 의류 제조업체인 S사는 당초 국내에 세우려던 생산공장을 캄보디아로 옮겼다. 캄보디아 근로자 임금이 국내보다 23분의 1 정도 데다 국내의 골치 아픈 노사 관계를 피해 보자는 생각도 해외투자 결심의 배경이 됐다.

#2 제과업체인 L사도 최근 국내 투자 계획을 접고 중국공장에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설립을 추진했던 공장이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앞으로도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국내보다 해외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생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을 늘려야 하는데 규제 때문에 어려워진다면? 회사가 끊이지 않는 노사분규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업장을 옮기거나 회사 문을 닫고 싶지 않을까. 요즘 우리 기업이 처한 상황이 이와 같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만난 기업체 임원은요즘 고민이 뭐냐 질문에 기다렸다는 투자문제를 거론 했다. 앞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규제가 여전한 데다 정국도 어수선하고, 노사관계 역시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던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지금처럼 투자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기업들의 한국현상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자체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다. 규제 혁파를 강조해온 정부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논란이 됐던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의심 하게 만들었다. 산업자원부 경제부처는 기업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증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국토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청와대와 환경보호를 앞세운 환경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입만 열면 투자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부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혼란만 초래한 꼴이다. 정부내에서조차 가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잦으니 기업들은 곤혹스러울 뿐이다.

기업들의 투자외면 현상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얼마나 내부에 쌓아두는지를 보여주는유보율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절반 이상의 기업은 3 먹고 사업분야를 확보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를 미루다 보니 생긴 일이다.

올해 국내 제조업 투자는 전년보다 1.3% 감소할 전망이다. 2000년대 들어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활발한 규제개혁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기업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세계일보)

[기자수첩] ‘인수위’로 착각하는 정부 ▲정혜전·경제부

· “4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표를 듣는 같네요.”

병역제도 개편안, 균형발전정책 정부가 숨가쁘게 내놓는 중장기 정책에 대해 경제학 교수는 이런 촌평(寸評) 내놓았다. 대선 승리의 축제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속에서 대통령 인수위가 100 과제를 떠들썩하게 내놓던 모양과 닮았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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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 과천 정부청사 3브리핑룸. 이날 정부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발표 했는데, 핵심 대책인 지방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 방안을 묻자 강태혁 국가균형 발전위원회 기획단장의 입에서 이런 답변이 흘러 나왔다. “법인세를 어떻게 경감해줄지 구체적 방안은 관계부처 합의가 됐습니다
.”

그런가 하면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달 26 취재차 만난 경제부처의 고위 관료는 기자에게 임대주택펀드 얘기를 하면서지금은 머릿속 아이디어 수준이고, 백지상태에서 하나 그은 상태라고 말했다
.

그로부터 정확히 닷새 90조원대 임대주택펀드 조성을 내용으로 하는 ‘1·31대책 발표 됐다. 수조원,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고 10 이상 걸리는 중장기 대책들이 제대로 검토·토론조차 되지 않은 며칠 만에 급조(急造) 나온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지금 관청가에선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

정부가 이렇게 중장기 대책을 쏟아낼까 궁금했는데,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답을 주었다. “다음 정부가 정책을 채택하고, 공약하게 하도록이때 말뚝을 박아야 한다. 대못을 박아 한다”(7, 균형발전정책 대국민 보고회)라고 말한 것이다
.

그러나 급조된 정책이야말로 나라 살림에대못 박을 가능성이 높다. 나중에 돌아올 후유증 막대한 재정부담을 생각하면 국민들 가슴에 못이 박히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횡설수설/김창혁] 회전문 감옥

미국 공화당의 조지 부시 부통령(아버지 부시)과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1988년 10월 5. TV회전문(Revolving Door)’ 이라는 광고가 등장한다. 수감자들이 교도소의 회전문을 통해 들락날락하는 장면이 화면을 채우는 사이 내레이터의 말이 이어진다.

듀카키스는 주지사로 있는 동안 일급 살인범들에게도 휴가를 줬습니다. 흉악범들은 그 휴가를 납치와 강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고는 이렇게 끝난다. “듀카키스 는 이제 미국 국민 전체를 위해 그런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심한 네거티브 캠페인이었다. 선거 후 CBS방송과 뉴욕타임스는 대선 광고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했다. ‘회전문광고 전만 해도 부시 후보가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믿는 유권자는 23%뿐이었다. 하지만 광고 후에는 61%까지 뛰어올랐 다. 듀카키스 진영에서회전문 광고 때문에…”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때는 늦었다.

▷‘회전문은 원래 범죄학 용어로 감옥을 제 집 드나들 듯하는 사람들의 상습적인 범행 을 가리키지만 요즘은 언론 쪽에서도 심심찮게 쓰인다.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최근 ‘2006년 언론에 대한 공격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회전문 감옥이란 표현을 썼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감옥에 넣었다가 풀어 주고, 다시 넣는 교묘한 회전문 방식 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CPJ는 대표적인 국가로 이란을 지목했다.

▷CPJ는 이와 함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처럼 선거로 당선된민주독재자(democratator)’들이 민주주의를 가장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민주와 독재를 회전문 드나들 듯한다면 이 또한회전문식 언론 다루기.

노무현 정 부 또한 민주주의의 덕목인참여의 탈을 쓰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과거보다 더 교묘 하게 언론을 옥죄고 있으니 같은 범주에 들지도 모르겠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분수대] 조폭 영화

갱스터 영화가 독립 장르로 성립한 것은 1920년대. 20년 금주령으로 밀주 관련 조직범죄 집단이 급성장하자, 할리우드가 이런 현실을 오락화했다. 때마 침 나온 발성(發聲)영화는 갱스터 영화의 현실감을 배가시켰다. 영화 속 범죄 자들은 야비하고, 권선징악에 따라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러나 영화는 묘하게 현실을 비틀었다. 범죄조직이 유지되는 방식이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대기업의 논리와 같음을 드러낸 것이다. 관객은 은연중에 '갱스터=악당=부도덕한 자본가'라는 메시지를 읽었다. 영화 속 범죄자들은 하층민 출신에, 사회경제적 환경 때문에 범죄자가 되는 것으로 그려졌다. 악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었다.

20~30
년대 전성기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갱스터 영화는 50년대에 복고풍으로 돌아왔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30년대 실존 갱들을 60년대식 반()영웅으로 그려낸 영화다. 71 '대부'의 충격은 막강했다. 단순한 범죄영화를 넘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은유의 고전이 됐다.

충무로는 어떤가. 영화평론가 정성일 '한국영화사'에서 50~60년대 '깡패 영화'로 시작한 "한국 액션영화는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나 필름 느와르와 아무 상관없다"고 썼다. '장군의 아들'(1990), '친구'(2001)로 이어지는 일련의 '조폭영화'도 마찬가지다.

사회비평이나 폭력의 본질을 성찰하기보다는 '마초 판타지' '남성성의 재구 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형님문화'의 재생산, 잃어버린 부권(父權)에 대한 향수, 힘에 대한 숭배가 특징이다. 조폭과 권력층의 유착은 곁가지일 뿐, 조폭영화는 '남성영화'로 소비됐다.

2000
년대 들어서는 '조폭코미디'라는 신종 장르가 추가됐다. 욕설과 폭력을 코미디로 버무려 값싸게 소비하는 장르다. 명절마다 흥행몰이를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한국형 장르다. 또한 조폭은 한국 영화에 없어 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장르 불문이다.

아마도 조폭은 최근 한국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군일 것이다. 영화와 조폭의 깊은 '인연'이 이번에는 조폭의 스타 협박사건으로 발화했다. 아직도 조폭의 검은 그늘이 연예계에 드리워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 영화의 조폭 미화가 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화까지는 아니어도, 가볍고 무책임하게 다루는 것만은 분명하다. 너무 익숙 해져서일까. 활달한 여자 초등생끼리 '조폭'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세상이 된 것은.

양성희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