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흉내내기 시작한 첫 해인데 시골 살림에서는 괜찮은 부산물의 소득이 있는 편이다.
원래 야생으로 자라왔던 뽕 나무가 두 그루가 있는데 얘네들이 오디를 주어가라고 절로 익어서 떨어진다. 떨어지는 애들을 기다리기 보다는 나무 아래에 돋자리를 펴놓고 긴 막대기로 가지들을 흔들어대면 우수수 떨어지게 마련이나 곤 석들이 옷에 떨어지면 꼭 색갈로 표시를 해준다.
얘네들을 정성스레 골라서 참이슬 패트 병에 넣어주고 기다리기만하면 천연 오디 술이되어 저녁 반주에는 아주 쓸만한 맛과 氣를 얻어먹는다.
복분자와 보리수 열매로도 담가 놓았지만 양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는 모르니까 패트 병에 삼분의 일을 채워주었는데 하루 자고 나니까 벌써 색깔이 먹음직스러워 시음을 해보니 색으로는 완벽해도 숙성이 안된 상태에서는 기다리는 게 상책일듯 싶다.
밭에 꽃 피우는 작물들이 제법 있다보니까 여러 종류의 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고추에 모여드는 벌이 다르고 호박에 꼬이는 벌들이 따로있고 화단에 모이는 벌들도 다양하다.
호박 벌은 몸집도 크거니와 생김새 또한 겁을 주는 모양인데 하루는 욘석이 본체 중앙의 파고라 밑에서 꾸물 거리더니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 사흘 쯤 지나니까 3/4십 마리가 기거할 수 있는 집을 지으며 계속 크기를 늘려가고 있었다.
한 마리가 집 짓는 실력은 대단한 끈기와 기술을 겸비하고 있으며 밤에는 집에 매달려서 잠까지 자고 있으니까 걔 집을 없애버릴려니 수시로 곤석이 밖에가서 집짓는 자재를 물고 오는 때를 기다려도 잘 눈에 띄지 않기에 벌과 사람의 끈기 대결이라도 하는 싸움이 되었다.
용케도 곤석이 나가있는 때를 발견하여 무허가 건축물을 감쪽같이 치워 버리고 안심을 하였지만 바로 그 정위치에서 다시 재건축을 시작하는데 이제는 집 짓는 속도가 초 스피드 공정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철거와 재건축의 싸움이 다섯 번째에 이르러서는 곤석이 집을 비운 새에 헐어내고는 파리약을 아주 많이 뿌려놓았더니 걔는 포기하고 다른 곳에 내가 모르는 곳으로 이동하여 안보이니 개한테는 미안하지만 내 마음은 편해 졌다.
다음 번에는 호박 벌보다 더 무섭게 생긴 길쭉한 말벌이 다른 위치를 골라서 무허가 집을 짓기 시작 - 얘네 집은 익혀둔 철거 기술로 단번에 해결하였다.
감자를 심은 게 사월 중순 - 더디게 더디게 조바심을 비웃는듯이 꾸물럭거리던 애들이 드디어 땅 밖으로 나오니 대견스럽고 촌자를 흐뭇하게 하여주는 고마운 보람이다. 어디가나 부런한 애들은 큼직하게 잘자라고 잘 생겼지만 게으른 녀석들은 아직도 꼬맹이들인 채 밖으로 나와서 나도 감자요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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