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村이던 歸農이던 龍潭골에 와서 이웃과 하나 둘 사귀게되는
과정에서 보면 대게는 도시에서 살다가 찾아온 객식구끼리 더
잘 어울리는듯하다.
토박이들은 농사에는 대 선배임에는 틀림없으나 대화와 소통에
있어서 공통 화제를 찾기에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도시에서 모여든 촌자들은 거의 9할이 내외간 어느 한 쪽이
건강을 놓치고 망가진 경력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
용담골에는 나보다도 늦게 찾아든 이도 있으니 이제는 그리
외롭지도 않을 뿐더러 초자 촌자들끼리 간단한 텃밭 가꾸기는
도토리 키재는 식이다.
내 경우에는 내외간에 같이 밭에서 잡초도 뽑고 꽃밭도
가꾸고하니 내 후참이 혼자서 땀 빼는 걸 보면 역시
백지장도 맞드는게 수월한 걸 체감할 수 있다.
문제는 서투른 밭 일에 이 것 저 것 각기 심다 보면 구획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뭐 심었다고 문패 없이 표시하지 않더라도
재미로 하는 밭 일에서 서리태 콩 심어 놓은 곳에 찰 옥수수를
또 심어 놓은 것은한 동안이 지나야 들통이 나게 되어있다.
일부러 심으려 하지않아도 심으러 가다가 흘린 애들은 거짓말
하지 않고 용케도 땅에 뿌리를 내려 자라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집 짓는 식으로 평면도 상에 구획 정리를 우선 해 놓아야
헷갈리지도 않을 뿐더러 벌레잘 먹는 애들은 멀리 떼어놓고 심어야
피해가 덜 가는 것으로 공부가 되었다.
초자 농부의 심리는 무조건 많은 종류의 것을 심어 길러야 기분이
좋아지는 단점이 있는듯 싶다.이웃 사촌들이 심고 남은 여러가지
들을 가져다 심으라는 친절에 고마움으로 얻어다 조금씩 맛보기로
심어 농사 배우는 즐거움 또한 도시인들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까 여러가지 꽃밭 화초들 말고도 땅콩도 자라고있고,
토마토, 케일, 들깨, 더덕, 심지어는 산삼 (잎이 다섯 개)까지 맨입으로
얻어 기르고있는 초자 농사꾼(?)은 모든 작물 기르는 것을 화초 개념으로
보살피고 있기에 새벽에 동틀 무렵에 밭에 나가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구경하는 데에만 반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바로 일 년전 서울에서 20층 아파트에 살 때에 내 체중이 71kg 였던게
지금은 하루 걸렁큼씩 옥수에 온탕을 하고나서 매번 체중을 재는 습관이
이제는 62kg까지 내려왔으니 별로 힘들이지 아니하고 쓰렁쓰렁 농삿 일
흉내만 내어도, 건강은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우리 집 애들 자라는 모습만
보아도 잡초들과의 싸움만 하여도 절로 날렵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단 小食을 하고있기에 밥 먹는 시간이 규칙적이어야 쉬운데 내자의 농사
취미가 도를 넘어 지 배곺은 때도 모르고 밭에 나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
휴대전화로 "서방 밥 굶기는 재미"가 어떠하냐고 소리쳐야 한 끼 얻어먹는
용담골이 되었다.
곰탱이 같던 감자는 심어놓고 한달이 지나서야 떡 잎이 나오더니 이제는
제법 자라나서 이웃에서도 첫 농사치고는 아주 잘 자라고 있다고 평을 들을
만큼 꽃들도 무성하고 제법 감자 밭처럼 보이더니 일주일 전부터 잎들이
벌레가 먹기 시작하고 줄기들이 하나 둘씩 쓸어져 가고 있기에
어제는 감자 농사 망친줄 알고 두 놈을 골라서 잡아 뽑아버리니, 이게
웬 일 - 싱싱한 감자들이 줄줄이 붙어있고 땅 속에서 뭍힌 꼬맹이들까지
열 여덟 - 여럿이 숨어 있는 걸 찾아 내어 깨끗이 씻은 후에 우리 집 거실에
가부좌 틀고 계신 부처님에게 감자 공양을 하였다.

제일 곰탱이 녀석은 누가 뭐래도 토란 - 욘석들은 심어 놓은지 두 달만에
떡잎이 나오기 시작하여 이제 잎들이 부지런한 애들은 다섯 개가 나오고
한 참 자라면은 여름에 우산같이 머리 위에 받히면 그늘도 만들어 주고
웬만한 소낙비는 뛰는 동안이라도 덜 맞을 뿐 아니라 잎파리 큰 화초로
키우기 시작하였는데 추석이 기까워 오면 얘들도 부처님에게 공양을
할 것이다.
우리 집 부처님 인도에서 모시고 온지 33년 만에 매일 아침 물 공양만 받아
오시다가 금년부터는 호강(?) 해드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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