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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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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31. 11:18 一石 컬럼

1956년 1 월 하순 겨울 방학이 끝나고 중 1을 마무리하는

어느 날 아침에 혜화동 학교에 다달으니 교문에서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영하 18.6 도) 수업을 안한다는 통지를

받아 모두들, "야 (!) 신난다 (!) 수지다 (!) 수지 (!)"하고

집으로 가서 스케이트 어깨에 매고 보문동에서 창경원까지

물론 걸어가 얼음을 지친 일이 있었읍니다.

혜화동을 졸업하고 삽십여 년 후에 은사 한 분이 해주신 말씀이

당시에 혜화동에서 선생님을 하면 양키 부대에 낵타이 메고

월급쟁이 하던 사람만큼이나 우럴어 보았다는 것입니다.

잘 몰랐던 사실이 당시에 학교는 전국에서 제일 월사금이 비싼

학교였을 뿐만 아니라 문교부 장관이 말려도 머리를 하이칼라로

길러도 되었고 "찌꾸" 바르는 걸 이뻐하던 학교였읍니다.

그러한 학교에서 난로가 있는 곳은 교무실과 교내 이발소 뿐으로

기억하고 있읍니다. 아마도 학생들이 추워서이기도 하였지만

연세드신 선생님들 감기가 무서운 합작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요즈음 이 곳 용담골의 추위도 만만치 않은 곳이지만 고마워해야

할 세 식구는 밖에서 퍼대기나 이불 없이도 매우 즐거운 생활을

하는 모습이 고마울 수 밖에 없읍니다.

오늘 아침 아홉 시에도 영하 15도이지만 얘네들은 배떼기를 눈위에

깔고 주인 모습만 보이면 꼬랑지를 흔들어 반겨합니다. 먹을 거리를

아니 주어도 좋아합니다. 추위는 아랑곳하지 아니합니다.

전쟁나서 대구 피난살이 할때에 그 많은 초가 집 처마 밑에 달린

고드름을 슬쩍 따 먹으며 학교에 다니던 추억의 고드름이 용담골

처마 밑에는 지붕에 쌓인 눈이 낮에 조금씩 녹으며 얼며떨어지다가

아주 많이 만들어져 달리고 있읍니다.

올 겨울에는 눈이 제법 많이 오고있읍니다. 한 때에는 눈을 지독히도

미워한 적이 있었읍니다. 맹호부대에서 병정 마치고 귀국하면 곧바로

제대하는 줄 알고 왔으나 그 웬수 같은 김일성과 김신조 일당 때문에

춘천 3보대를 거쳐 백두산 부대까지 팔려 가니까 MOS (주특기)와는

아무 상관없이 전투 경험병이라고 보병으로 방산 고개까지 떠밀려

갔더랬읍니다. 만 36 개월만에 제대한 군번이지요.

요즘 용담골 처럼 눈이 많이 오던 곳이었는데, 눈 오면 삽자루 들고

눈온 길을 지나는 군용 차량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 산등성이의 언 땅을

캐어 길위에 흙뿌리는 작업을 해야만 하는 일과의 연속이었지만 눈은 하루

이틀 계속 내리니 식사 시간만 빼고는 힘들고 고달픈 겨울이 있었기에

아니면 팔자에 따라서 눈이 없는 아주 더운 나라에서 십 수년을 품팔고

다녔는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병정한 지 40여 년 지나고보니 강산만

변한 것이 아니라 군인들이 눈 치우는 것도 장비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강원도에 있는 군인 막사도 4층 짜리 건물이고 예적 old timer만 어렵고

배고픈 시절이었는 것 같으나 그들을 보는 지금의 눈은 매우 흡족합니다.

귀촌 생활은 심심하지 않느냐, 뭐하고 지내느냐, 시장은 어떻게 보러 다니

느냐며 외국에 사는 할배들이 걱정을 해주고는 합니다.

입맛대로 먹고 싶은 건 인터넷 쇼핑 몰에서 서울 보다 싸고 용담골까지

택배로 배달해 주며 IT 세상에 심심할 새가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하루 세 끼니를 화악산의 겨울 동양화를 바라보며 할 수 있고 아침

저녁으로 젊은 군인들의 함성이 간간이 들리는 곳의 정취는 설명하는

것보다는 용담골에 왕임하시어 시청각 교육을 하시면 된다고 전갈합니다.

해뜬 날에는 태양열 온수로 옥수동 물에다가 온탕을 즐길 수 있고 물 값

하수 값 걱정하지 아니하고 즐기는 귀촌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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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