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5. 11:24
一石 컬럼
어떤 년 (?)
햇수로 40년 째 내 옆에서 한 이불 쓰고 살아 온 내자가 느닷없이
“어떤 년”이 준거야 (!) 질문이기에는 감정 섞인 말투가 지 혼자서
씩씩대는게 자못 심상찮은 분위기를 나는 즐기고 있었다.
왜 ? 내가 아주 젊어서 이뻐하던 “년”이 준거야 (!)
나의 답 또한 이실직고하면서 그 다음을 기다리는데 무응답이었다.
결혼 반지를 나는 별로 끼고 다닌 적이 신혼 초에 잠시 말고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입사원 되고서 백일이 안되어 혼례를 올렸는데 같은 부서에 왕 고참들이
총각들이어서 눈치 보이는 것 같아서 가 그 이유로 들고 싶다.
그리고 흘러흘러 몇 해전에 내 반지를 내 놓으라니 고이 숨어 있었던 걸
꺼내어 주기에 내가 늘 기억하는 데에 두었다가 며칠 전에 끼었던 건데
그 것도 내자를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고 조금은 쑥스러운 것 같기도 하여
뒷 쪽을 손등 위로 보이게 끼운 것이 탈이 된 거다.
나는 계속 내자의 분함에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이상의 반응도 없이 일말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이 들어가면서 맞먹어 오던 버릇이 무얼로 되돌려
주느냐의 고심으로 차 있는듯 보였다.
그냥 두었다. 시간이 약이려니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이상하게도 튀어 나왔던 주둥이가 쏘옥 들어가 있었다. 약을
올리려고, 내가 좋아 했던 “년” 집에 데려 올테니 밥 한 끼 대접 해 주겠느냐
물으니, 씨익 웃는다.
잘 적에 확인을 한 모양이다. 치매의 초기 증상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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