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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쿠먼
좋은 것만 찾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생활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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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9. 05:17 一石 컬럼
용담골에서 일년을 넘게 생활하다보니 군 식구들이 생겨났다.
군 식구라기 보다는 오히려 걔네들이 토박이이고 나는 굴러 온
돌에 비함직도하다.
지난 여름부터 주소 불명의 고양이가 들쥐를 잡아다가 꼭 우리가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 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심지어는 아주 작은
밍크 두더쥐도 산채로 잡아다가 보라는듯이 가지고 놀다가 죽은척
하던 두더쥐가 도망가려하면 물어서 상처를 내고는 노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옛날에는 고양이들이 먹거리가 부족하여 쥐를 잡아먹었지만 요즘엔
시골이라도 여기저기 음식물 쓰레기만 뒤져도 배불리 먹고사는 모양이어서
쥐를 잡으면 꼭 보이는 곳에다 물어다 놓고 "나 잘하고 있지?"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복돌이와 복순이가 고양이를 보면 무조건 짖어대며 법석을 피웠지만
고양이들은 얘네들이 묶여있는 걸 익히 알고있는 터라 미동도 하지않고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으로 움직이는 게 건방져보인다.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전문적으로 찢어발기며 어지럽히는 도가
지나치게 되어그러지 말라고남은 음식물을 모아서 주기 시작하니까 한 가족
마리가 이제는 아예 먹고 잠자는 것까지 남향판 데크에 놓아둔 소파에서
해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기왕 더럽혀진 소파에 상자 하나 속에 천까지 깔아주어 이제는 걔네들 집으로
인정하기까지에 으르렀다. 개들도 뒤 늦게온 군 식구로 인정하여 짖지도 않는다.
이 추운 겨울인데도 군 식구 세 마리는 어김없이 밤에는 즈네 집(?)에 모여서
잠을 자고 아침에 깨면 놀러 나갈 채비를 흰 고양이 (남은 두 마리의 애비인 듯)가
먼저 시작한다.
얘네들 세 마리가 잘먹고 잘 사는 중에 사고가 터지는 일이 있어서 한 사흘인가를
나타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문제는 이 놈들이 먹다가 음식을 남기는 바람에 동네
어딘가에 사는 덩치가 우람한 깡패 녀석이 나타나서 남은 음식을 먹고도 흰 고양이
에게 여기 저기 상처를 입히고 달아나는 변고가 있고나서는
깡패 고양이에게 또 당할가봐 오지를 않았던 모양인데 그래도 우리 집 음식이
그리웠는지 다시 나타나서는 부억 밖에 나온 환풍구에서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세 마리가 웅크리고 기다리는 모습에 반가워지는 마음까지 생기는 것은 분명
걔네들이 군 식구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욘석들이 낮에는 하루 두 끼니를 얻어먹고는 저녁에는 다른 곳에가서 잠을 자곤
하였는데 깡패 고양이가 어슬렁 거리는 걸 보고 돌맹이로 겁을 준 것을 우리 군
식구가 본 후로는 이제는 안심하는듯 다시 와서 잠을 자고 있다.
부상 당했던 흰고양이가 빨리 낳으라고 지난 번 장날에는 생선 장수한테서 대가리
만 모아서 버리려는 커다란 봉투까지 얻어다 일거리 삼아 잘 먹이는 촌자 집이
되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낮 동안에는 햇빛이 따스하게 쪼이는 곳에서 세 마리가 오수도
즐기면서 다음 밥 때를 기다리며 잘 지내고있다.
posted by 조 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