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의 만 원
한 달 전 초등학교 2 학년 짜리 손녀가 집에 왔을 때 만 원이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어디에서 났느냐 물으니 지 꺼란다.
며느리의 해설인 즉, 지 이종 사촌 언니 옷을 물려 받아서 입었는데
그 옷 주머니에서 나왔단다. 지 딴에는 “수지”가 맞은 것이다.
만 원이 곤 석을 제법 의기양양하게 하였다.
사촌 언니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니까, 언니는 모르고 있으니까
괜찮다는 주장이다. 며느리의 또 다른 해설인 즉, 곤석이 아직
지 손으로 구멍 가게에 가서 뭐라도 사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냥 가지고 있는 것 뿐이라 하였다.
초등학교 2학년이면 충분히 지 입맛에 당기는 걸 사 먹을 수
있을 터인데, 어미가 너무 과잉 보호를 하여 온 것임에 틀림 없다.
과잉보호의 변은 불량 식품을 학교 근처에서 사먹는 걸 막기
위한 단호한 수단인 듯 하였다.
지금까지 설에 받아온 세배 돈은 모두 학교에서 하는 저금
통장에 넣어 두었단다. 그러니 돈에 대한 소유 개념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인데,
지 손에 있는 만 원은 지가 용기를 내어 구멍 가게에서 불량
식품이라도 그 것은 엄마의 개념이지 지 딴에는 아주 맛이
있는 걸 사 먹는 모험 내지는 탐험을 하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찾아 왔을 때에 아직 만 원을 가지고
있는냐는 내 질문에 다 사먹었단다. 드디어 구멍 가게에서
사 먹는 쾌감을 맛 본 모양이다.
며느리는 지한테 보고도 없이 이틀 만에 다 써버렸다고 분해
하는 눈치이고 꼬맹이는 지 친구들에게 딴에 맛있는 걸로 食
하였단다.
나는 손녀에게 잘 했다며 이만 원을 주었다. 너무 신명 나 했다.
그리고는 뭐 사먹고 싶으냐니까 아이스 케익을 사먹고 싶다
길래, 얼른 곤 석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서 무슨 아이스 케익을
먹고 싶냐니까 “베스킨 라빈스”라며 그 집을 가리켰다.
베스킨 라빈스 가게에 들어 가보니 전부 아이스 크림 뿐이고
아이스 케익은 없기에 데리고 나와서 빠리 빠켓으로 가 보니
근 열 가지나 되는 많은 종류의 아이스 케익이 있었다.
골라 보라니까 이 건 아빠가 좋아 하는 커피 아이스 케익,
이건 엄마가 좋아 하는 메론 아이스 케익 등등 지 집 식구들이
평소에 잘 사먹는 모양으로 신나게 골랐다.
한 보따리를 집어서 계산대에 가니까 전부 칠천 발백 원이라
길래 만 원 주면 얼마를 거슬러 받아야 하니까 모른단다.
그래서 나는 만 원에서 칠천 원을 빼면 얼마냐니까 삼천 원이란다.
다시 천원에서 팔백 원을 빼면 얼마냐 하니 이 백원 남는단다.
그래서 할아버지 식으로 계산하면 될 걸 왜 처음부터 모른다
하였느냐니까 다음 부터는 그리 셈을 하겠다 하였다.
욘석이 며칠 전에 전화를 하여 왔다.
“할아버지 제가요 내일 국어하고 산수 시험을 보는데요, 둘
다 백점 받으면 만원 주실 수 있어요”
나는 쾌히 그러마 하였다.
질문은 또 나왔다. “근데요 하나만 백 점이면 오천 원
주실 수 있어요”
나는 다시 수정 답변을 주었다.
둘 다 백 점이면 “이만 원”을 주고 하나만 백 점이면 “꽝”이라고.
곤석은 즈이 엄마에게 “이만 원”을 다 번양 전화 중에 전달
하였다. 아주 흐뭇한 모양이다.
어제 나는 궁금하여 전화 하여 “할아버지가 이만 원 줘야 하는
지를 물으니 아직 시험지를 아니 받아서 지금은 말 할 수가 없단다.
지가 본 시험을 어찌 다 맞았는지를 모르느냐고 물으니, 지는 다
맞는 걸로 썼지만 선생님이 틀렸다 하면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게
곤석의 답이었다.
아마 이만 원을 받을 양 치면 지가 내게 전화를 하여 올 것이고 아니면
전화를 안 할 것일가 궁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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